미국 첫 연방 AI 법안 초안: 3년 주법 유예, 프론티어 기업 감사 의무화
핵심 요약
미국 하원의원 제이 오베르놀테(공화, 캘리포니아)와 로리 트라한(민주, 매사추세츠)이 2026년 6월 4일 「Great American Artificial Intelligence Act」 토론 초안을 공개했다. 269페이지 분량의 이 초안은 의회가 내놓은 AI 규제 법안 중 가장 포괄적인 연방 프레임워크다.
두 의원은 에너지·상업위원회(Energy and Commerce Committee) 소속으로, 이번 발표는 초당파적 성격을 강조한다. 하지만 가장 논쟁적인 조항인 3년 주법(州法) 유예를 둘러싼 반발이 즉각 터져 나왔다.
법안의 골자는 세 가지다.
- AI 모델 개발 관련 주법을 연방 차원에서 3년간 유예
- 연 매출 5억 달러 이상 프론티어 기업에 안전 프레임워크 공개 및 반기 독립 감사 의무
- NIST 산하 AI 표준혁신센터(CAISNI) 법제화와 연 1억 달러 예산 투입
법안이 탄생한 배경
미국 각 주는 지난 2년간 빠르게 자체 AI 규제를 쌓아 왔다. 캘리포니아 SB-53(프론티어 AI 투명성), 뉴욕 RAISE Act, 콜로라도 AI Act가 대표적이다. AI 기업 입장에서는 50개 주의 서로 다른 규칙을 동시에 따라야 하는 부담이 커졌고, 의회는 연방 단일 기준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6월 2일 「AI 혁신 및 보안 촉진」 행정명령을 서명하며 자발적 프레임워크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법안 초안은 행정부 기조와 방향이 일치하면서도 입법 강제력을 더한 형태다.
3년 주법 유예: 무엇을 막고, 무엇을 허용하나
이 조항이 핵심이면서 가장 뜨겁다. 정확히 읽으면 범위가 제한적이다.
유예 대상 (주가 할 수 없게 되는 것) AI 모델의 개발(development) 방식을 규제하는 주법.
유예 비대상 (주가 계속 할 수 있는 것) AI 시스템의 **사용(use) 또는 배포(deployment)**를 규제하는 주법.
즉 "어떻게 만드냐"는 연방 소관, "어떻게 쓰이냐"는 계속 주 소관이다. 고용, 의료, 주거, 대출에서 AI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율하는 기존 주법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럼에도 비판은 거세다. AI 안전 단체 ARI(Americans for Responsible Innovation) 회장 브래드 카슨은 이 조항이 "현재 주법이 만든 최저 기준을 연방 상한선으로 뒤집는 것"이라며 "세대를 잇는 실수"라고 표현했다. Public Citizen도 소비자·노동자·아동 보호 법안이 무력화된다고 반발했다.
프론티어 AI 기업 의무: 연 매출 5억 달러 이상이면
법안은 연간 총매출 5억 달러 이상인 프론티어 AI 개발사를 별도 범주로 분류한다. OpenAI, Anthropic, Google DeepMind, Meta AI, Microsoft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에 부과되는 의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의무 | 내용 |
|---|---|
| 안전 프레임워크 공개 | 모델이 "재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여부와 판단 근거 공개 |
| 반기 독립 감사 | NIST 인증 독립검증기관(IVO) 고용, 6개월마다 준수 여부 검증 |
| 중대 사고 보고 | 임계값 초과 사고 발생 시 당국 즉시 보고 |
| 위반 시 과징금 | 최대 하루 100만 달러 |
"재앙적 위험(catastrophic risk)"은 법안에 구체적으로 정의된다. 50명 이상의 사망·부상 또는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중대한 위험이다.
NIST와 IVO: 감사 생태계를 누가 만드나
법안은 NIST 산하 AI 표준혁신센터(Center for AI Standards and Innovation)를 법제화하고 연간 1억 달러 예산을 수권한다. 이 센터가 독립검증기관(IVO)을 인증하고 감사 기준을 수립한다.
IVO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들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 기관은 거의 없다.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감사 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 단체 ITI(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는 법안을 환영하면서도 세부 시행 규칙 마련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 왜 지금 주법 유예인가
이번 법안에서 가장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타이밍이다. 지금 주법 유예를 하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캘리포니아 SB-53은 이미 시행 중이다. 뉴욕 RAISE Act는 2027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콜로라도 AI Act도 대기 중이다. 3년 유예가 통과되면 이 모든 개발 관련 규제가 멈춘다. 빠르게 움직이는 프론티어 AI 기업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조치다.
비판론자들은 연방법이 만들어지는 3년 동안 주의 보호막 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고 우려한다. 지지론자들은 파편화된 50개 주 규제보다 강력한 단일 연방 기준이 결국 더 나은 보호를 만든다고 맞선다.
법안은 아직 토론 초안 단계다. 정식 발의, 위원회 심의, 본회의 표결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통과 가능성은 열린 질문이다.
전망
앞으로 수 주 안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공청회가 예정될 가능성이 높다. 초당파 구성이라 통과 가능성은 단독 발의보다 높지만, 주법 유예 조항이 민주당 내 진보 진영과 소비자 보호 단체의 반발을 계속 받을 것이다.
필자의 시각으로는, 유예 조항이 최종안에서 범위가 좁아지거나 일몰 조건이 달릴 가능성이 있다. 연방 표준 자체보다 "3년 동안 주는 손 떼라"는 부분이 정치적으로 가장 약한 고리다.
반기 감사 의무와 IVO 제도는 EU AI Act의 적합성 평가와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미국 방식은 정부 직접 규제 대신 민간 인증 기관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방식이 더 실효성이 있는지는 시행 이후에야 알 수 있다.
참고
- Nextgov/FCW: Lawmakers propose AI framework that would preempt state laws for 3 years
- Roll Call: Bipartisan AI draft proposes three-year preemption of state laws
- Rep. Jay Obernolte official press release: Great American AI Act discussion draft
- Public Citizen: Obernolte-Trahan Bill Strips States Autho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