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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연쇄 해킹: AI 침투 도구 ARTEX 흔적, 7개 금융사 6만여 명 유출

11분 읽기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ARTEX#AI 에이전트#API 권한검증#BOLA#데이터 유출#대출 사기 주의#CrowdStrike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6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을 포함한 국내 금융사 최소 7곳이 잇따라 고객 정보를 빼앗겼습니다. 사건은 9월 30일 처음 알려졌습니다. The Record가 인용한 WSJ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최소 6만 8천 명입니다. 보안뉴스가 전한 엔키화이트햇 분석은 개인 약 6만 6천 명과 법인 기록 약 2,200건으로 집계했습니다. 집계 기준이 달라 숫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가장 큰 피해는 신한은행입니다. 대출모집인이 고객의 대출 진행 상황을 조회하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고객 약 2만 5천 명의 이름, 전화번호, 소득, 대출 내역 같은 정보가 빠져나갔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에서 119명, 하나은행은 영업지원 시스템에서 89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BNK부산은행은 공격은 막았지만 외주 개발자 11명의 정보가 노출됐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공격을 받았으나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격 도구입니다. 공격에 쓰인 서버에서 ARTEX라는 오픈소스 AI 침투 테스트 도구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6일 "AI 에이전트가 일부 공격에 쓰인 정황이 나왔다"고 말했고, The Record는 이를 금융권을 AI 에이전트가 해킹한 첫 공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기관침해 경로피해
신한은행대출모집인용 대출 진행 조회 서비스고객 약 2만 5천 명 (이름·전화번호·소득·대출 내역)
KB국민은행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고객 119명
하나은행영업지원 시스템고객 89명
BNK부산은행내부 직원용 웹 페이지외주 개발자 11명
우리은행·NH농협은행공격 시도유출 미확인
전체최소 7개 금융사6만 6천~6만 8천 명 (출처별 차이)

사건 타임라인

날짜내용
9월 28일금융보안원, 특정 금융사를 노린 취약점 공격·정보 탈취 시도 포착. 공격 IP에서 ARTEX 흔적 확인
9월 30일신한은행 유출 사실 공개, 연쇄 사고 첫 보도
10월 2일금융보안원, 전 금융권에 AI 자율 침투 도구 공격 모니터링 강화 권고
10월 초경찰 국가수사본부, 28명 규모 수사팀 구성 (국내 보도)
10월 6일이재명 대통령 "AI 에이전트 사용 정황" 언급, 인력·예산 투입 약속
10월 7일 (미국 시각)CrowdStrike, 공격 인프라 분석 보고서 공개

왜 위험한가

문을 부순 게 아니라, 열린 창구에서 번호만 바꿨다

신한은행 사례는 핵심 전산망 침투가 아닙니다. 데일리시큐 보도에 따르면 공격자는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 정상 본인 확인 없이 접근했습니다. 그다음 서버와 주고받는 요청에서 고객 번호 같은 값을 계속 바꿔 넣었습니다. 서버가 "이 사람이 이 고객 기록을 볼 권한이 있는가"를 매번 다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꾼 번호마다 다른 고객의 정보가 돌아왔습니다.

은행 창구에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번호표를 한 장 받은 손님이 번호표 숫자만 고쳐 쓰면 다른 사람의 통장 내역을 보여 주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보안 업계는 이를 BOLA(객체 수준 권한 검증 실패) 또는 IDOR라고 부릅니다. 보안뉴스가 인용한 엔키화이트햇 백서는 검증하지 않은 JWT 토큰, MFA 상태 확인 누락, 객체 단위 권한 검증 실패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런 요청은 겉으로 보면 정상 이용과 구별이 어렵습니다. 로그인 문을 부수는 공격이 아니라 열려 있는 서비스를 그대로 쓰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감시만으로는 잡기 어렵다는 점이 위험합니다.

ARTEX: 정찰부터 검증까지 자동으로 도는 AI 침투 도구

ARTEX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침투 테스트 시스템입니다. 계획 담당 AI 에이전트가 목표를 분석해 여러 작업 에이전트에게 일을 나눠 주고, 자산 탐색·트래픽 분석·취약점 검증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원래는 허가받은 보안 점검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CrowdStrike는 10월 7일 보고서에서 공격과 연결된 서버 두 대를 분석했습니다. 홍콩 IP가 주 공격 인프라였고, 다른 IP에서는 ARTEX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공격자가 관리하던 공개 디렉터리에서는 Claude Code 세션 기록, ARTEX 설정 파일, Claude 메모리 파일이 나왔습니다. 보안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 LLM은 DeepSeek였고 GLM과 Grok을 보조로 썼습니다.

CrowdStrike는 공격자를 "중국어 사용자이며 금전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뢰도는 중간 수준입니다. 공격자는 AI에게 한국 유출 데이터가 어디서 거래되는지, 관련 텔레그램 그룹이 어디인지도 물었습니다. 실제 판매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 신한은행 공격에 ARTEX가 실제로 쓰였는지는 은행과 금융당국이 공식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공격 서버의 HTML 제목에 "ARTEX 자율 침투 테스트 콘솔"이라는 중국어 문자열이 있었다는 정황까지가 공개된 내용입니다.
  • 공격 전 과정을 AI가 혼자 수행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CrowdStrike 보고서에는 단계별 AI 역할이 상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 일부 보도는 용의자를 중국 광둥성에 사는 26세로 추정했지만, 근거는 프롬프트에 남은 흔적뿐입니다. 티오리 진트의 곽경주 본부장은 보안뉴스에 "프롬프트에 남아 있는 흔적만으로 공격자의 신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로 본 공격 인프라

항목수치출처
금융당국이 파악한 공격 IP33개The Record (국내 보도 인용)
공격 IP 소재 국가최소 12개국금융감독원 (The Record 인용)
인터넷에 노출된 ARTEX 관련 서버 IP359개 (14개 국가·지역)오아시스시큐리티 (데일리시큐)
그중 ARTEX 기본 포트(8787) 노출334개 (약 93%)오아시스시큐리티 (데일리시큐)

서버 위치가 공격자의 국적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아시스시큐리티 집계에서 미국 소재 IP가 65.7%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해외 VPS를 빌려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격자는 해외 프록시를 계속 바꿔 가며 접속했습니다. IP 몇 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진짜 문제는 진입 장벽

곽경주 본부장은 공격자의 실력보다 공격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을 더 큰 걱정으로 꼽았습니다. 공격자는 흔적을 많이 남겼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도구를 썼습니다. 그런데도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여러 금융사를 동시에 훑었습니다. CrowdStrike도 이번 사례가 금전 목적의 공격자가 AI 도구로 짧은 기간에 여러 침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가

이번에 빠져나간 정보에는 비밀번호나 계좌 비밀번호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유출 정보만으로 바로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름, 전화번호, 소득, 대출 내역처럼 나를 잘 아는 척하기 좋은 정보가 나갔습니다.

이런 정보는 대출 사기에 딱 맞는 재료입니다. "고객님 연소득 기준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이 승인됐습니다"라는 전화가 실제 내 소득과 대출 내역을 정확히 말하면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대출을 갚으라며 다른 계좌로 송금을 유도하거나, 앱 설치를 요구하는 수법이 전형적입니다.

유출 정보악용 가능성
이름 · 전화번호은행·금융당국 사칭 전화와 문자
소득"맞춤 대출" 미끼, 대환대출 사기
대출 진행 내역대출모집인 사칭, 수수료 선입금 요구
비밀번호 · 계좌 비밀번호유출 항목 아님

신한·KB국민·하나은행에서 대출을 상담했거나 대출모집인을 통해 대출을 진행했다면 피해 대상일 수 있습니다. 유출 대상 여부는 각 은행의 공식 안내로 확인해야 합니다. 안내를 받지 않았더라도 같은 기간 해당 은행과 대출 거래가 있었다면 당분간 금융 관련 연락을 한 번 더 의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업 쪽 영향도 큽니다. 데일리시큐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29CM(주문 조회 API, 15만 9,852건)과 9월 강남언니(상담 내역 API, 약 22만 명)에서도 비슷한 API 권한검증 허점으로 유출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들이 같은 공격자의 소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터넷에 노출된 보조 시스템과 API가 집중 표적이라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대응법

개인 사용자

  1. 은행 통지는 공식 앱이나 대표번호로만 확인합니다. 문자 속 링크나 발신 번호로 다시 연락하지 말고, 은행 앱 공지나 카드 뒷면의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합니다.
  2. "대출 승인"·"대환대출" 전화는 일단 끊습니다. 은행은 기존 대출 상환을 위해 개인 계좌나 다른 회사 계좌로 송금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앱 설치나 원격 제어 요청도 사기 신호입니다.
  3.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은행 영업점이나 앱에서 신청하면 내 명의의 신규 대출과 카드론이 차단됩니다. 필요할 때 본인이 직접 해제할 수 있습니다.
  4. 명의도용 방지서비스(M-Safer)에 가입합니다. 내 명의로 휴대폰이 새로 개통되면 알림을 받을 수 있어, 유출 정보로 대포폰을 만드는 시도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금융감독원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합니다. 등록하면 금융사가 본인 확인을 한 번 더 거쳐 명의 도용 거래를 막습니다.
  6.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로 내 명의 계좌와 대출을 점검합니다. 모르는 계좌나 대출이 보이면 즉시 해당 금융사에 신고합니다.

기업·기관 보안 담당자

  1.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 목록부터 만듭니다. 금융보안원은 자신의 관제 범위 밖 시스템은 각 금융사가 직접 점검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대출모집인 포털, 직원용 모바일 시스템, 외주 개발 서버처럼 핵심망 밖의 시스템을 빠짐없이 넣습니다.
  2. API마다 객체 단위 권한을 서버에서 다시 검증합니다. 고객 번호·주문 번호가 바뀔 때마다 요청자에게 그 기록을 볼 권한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로그인 통과가 모든 기록 조회 권한을 뜻하지 않습니다.
  3. 열거 패턴을 탐지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식별자를 연속으로 바꾸는 요청, 존재하지 않는 번호 반복 조회, 권한 오류 급증, 평소와 다른 API 호출량을 알림 대상으로 둡니다.
  4. IP 차단에만 기대지 않습니다. 공격자는 해외 프록시를 계속 바꿨습니다. 공격 IP 공유는 유용하지만, 계정·세션 단위 이상 행위 탐지와 조회량 상한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5. 연간 점검을 상시 점검으로 바꿉니다. 공개 취약점이 실제 공격에 쓰이기까지 24~48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공격자가 AI로 자동 점검을 돌린다면 방어 쪽도 같은 속도가 필요합니다.

AI가 새로운 해킹 기법을 만든 게 아닙니다. 오래된 권한검증 허점을 더 빨리, 더 많이 찾게 됐을 뿐입니다. 그래서 대응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미뤄 둔 기본기를 지금 점검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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